2026년 1월 16일 · 사회 · 편집자 논설

경기 지역에서 배터리 판매업을 하는 최모 씨는 자신을 군 대위라고 밝힌 전화를 받고 1000만원을 송금한 뒤 거래 상대와 동시에 연락이 끊겼다. 이런 군인 사칭 노쇼 사기가 적어도 수십억 원 피해로 이어졌고, 같은 이름이 수백 차례 반복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사기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군과 공공기관을 둘러싼 정보 구조와 자영업자 보호 장치의 부재가 함께 작동한 결과다.

군인 사칭 노쇼 사기는 한 번의 돌발 사건이 아니라, 특정 이름과 위조 공문, 대리구매 요구가 결합한 구조화된 기관사칭형 사기다.

군과 공공기관의 신뢰를 앞세운 거래 요청이 현장 자영업자의 불안정한 계약 관행과 맞물리면서, 시기가 지날수록 피해 금액과 업종이 함께 커졌다.

최 씨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을 특정 부대 소속 대위라고 소개하며 군용 랜턴 배터리 500개를 주문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주문 품목이 따로 지정된 상사에 있다며 특정 업체를 소개했고, 공무원증과 주민등록증, 명함 사진까지 보내 신뢰를 유도했다. 최 씨는 기존에 군부대와 거래한 경험을 떠올리고, 안내받은 업체로 1000만원을 송금한 뒤에야 연락이 끊긴 사실을 확인했다.

이른바 노쇼(No-show) 사기는 대량 주문을 미끼로 물품 대리구매와 선입금을 요구한 뒤, 실제 납품 단계에서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설명된다. 초기에는 음식점과 철물점 등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피해가 보고됐지만, 최근에는 소방용품, 컨테이너, 금속가공, 냉동설비 등 각종 전문 업종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주문 단가와 물량이 커질수록 피해 금액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로 올라가고 있다.

군 관련 노쇼 사기와 공공기관 사칭 사기의 대표 수치

구분 기간 건수 피해액
군 관련 노쇼 사기 상담(국방헬프콜) 6개월 1479건 -
그 중 특정 이름 사칭 노쇼 사기 동일 기간 222건 72.4억 원
공공기관 사칭 노쇼·거래 사기 전체 최근 1년 2800건 이상 414억 원

자료: 군인 사칭 노쇼 사기 보도, 공공기관 사칭 노쇼 사기 피해 통계

경찰과 관계 부처가 집계한 보이스피싱 통계에서도 기관을 사칭하는 유형이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된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기관사칭형 범죄는 2023년에 발생 건수와 피해액이 모두 최고치를 기록했고, 2024년 들어서는 1억 원 이상 피해 사례 건수만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2%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관 명의와 공문 형식이 결합된 고액 피해가 빠르게 증가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군인 사칭 노쇼 사기와 궤를 같이한다.

전화와 문자, 위조 공문이 동시에 등장하고 대리납품이나 선입금을 요구하면, 그 시점부터는 거래를 이어갈 이유가 아니라 거래를 중단할 이유가 된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런 군인 사칭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국번 없이 1303번으로 전화해 군 신분 여부를 24시간 확인할 수 있는 국방헬프콜센터를 운영하고, 군인 진위 여부 확인 전담 창구까지 마련했다. 일부 지자체는 “군부대나 군인으로부터 거래 요청이 수상하면 1303으로 확인하라”는 안내를 내고, 군인 사칭이 의심되면 대리구매와 선입금 요구에 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덧붙였다. 제도와 창구는 이미 만들어졌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를 선제적으로 활용하게 하는 교육과 홍보는 여전히 부족하다.

소상공인이 바로 적용해야 할 점검 항목

  • 군·공공기관 명의의 대리납품·대리구매 요청은 선입금 요구가 나오면 즉시 거래를 중단한다.
  • 휴대전화 번호와 문자 사진만으로는 신원을 인정하지 않고, 국방헬프콜 1303, 110 콜센터, 1566-1188 등 공식 번호로 교차 확인한다.
  • 공문 형식의 문서라도 발신 기관 대표번호로 다시 연락해 발주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 물품을 주문하거나 송금하지 않는다.

정부와 군이 즉시 마련해야 할 보호 장치

  • 군·지자체·중앙부처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납품·거래 표준 매뉴얼을 만들어, 대리구매·선입금 요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규칙을 명시한다.
  • 군과 공공기관 담당자 실명과 연락처 공개 범위를 최소화하고, 불가피한 공개 시에는 사칭 주의 문구와 공식 확인 번호를 함께 표시한다.
  • 군·공공기관 직통 발주를 줄이고, 전자조달·전자계약 시스템을 통해서만 대량 주문과 납품을 진행하도록 내부 규정을 정비한다.

여러 공공기관은 이미 공무원 사칭 사기 피해주의보를 발령하고, 담당 공무원이 전화·문자로 계좌번호나 신분증 사본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복해서 안내한다. 그러나 이런 공지는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검색을 통해 접하는 경우가 많고, 자영업자가 실제 거래 순간에 참고할 수 있는 현장용 매뉴얼로 정착하지 못했다. 소상공인과 영세 사업자를 겨냥한 기관사칭형 사기에 대한 경고는, 보도자료가 아니라 계약 현장에서 읽히는 문서와 교육으로 바뀌어야 효과가 생긴다.

군과 공공기관의 이름은 신뢰와 책임을 전제로 사용돼야 한다. 그 이름이 사기범의 도구가 되는 구조를 방치하면, 국방과 행정에 대한 신뢰 전체가 함께 약해진다. 군인 사칭 노쇼 사기가 특정 이름의 문제로만 소비되지 않으려면, 정부와 군은 실명 공개 관행과 거래 절차를 근본적으로 점검하고, 자영업자 보호를 전제로 한 새로운 규칙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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