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예산 부족이 아니라 세입·세출 관리와 집행 우선순위의 실패가 드러났다.

정부가 지난해 연말까지 각 군과 방산업체에 지급했어야 할 국방비 1조3천억 원을 제때 집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정부는 한국은행에서 일시 자금 부족을 이유로 5조 원을 추가로 빌렸고, 1년 동안 한국은행 일시차입 누적 규모는 164조5천억 원에 이르렀다.

핵심 쟁점은 예산의 절대 규모가 아니라, 국회가 승인한 예산을 현금 흐름에 맞게 관리하지 못한 재정 운용 체계다.

국방비를 밀어 두는 동안 중앙은행 일시차입을 반복한 구조는 재정 기강과 안보 재원에 대한 신뢰를 동시에 약화시킨다.

일시차입 제도의 존재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상시적인 자금줄로 활용하는 관행이 문제다.

드러난 주요 사실

  • 2025년도 국방예산 중 약 1조3천억 원이 지난해 말 기준 미지급 상태였다.
  • 미지급 예산에는 전력운영비와 방위력개선비 등이 포함돼 부대 운영과 방산업체 자금 흐름에 차질이 생겼다.
  • 정부는 지난해 9월 14조 원에 이어 12월 5조 원을 한국은행에서 일시 차입해 연간 누적 164조5천억 원을 빌렸다.

정부 해명과 정치권 반응

  • 국방부는 예산 신청은 정상적이었고, 연말 세출 소요가 몰려 지급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 재정 당국은 이번 주 중 미지급 국방비를 신속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 야당은 국방비 미지급과 한은 차입 확대를 재정 관리 실패로 규정하며 관계 부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국방부는 장병 월급은 정상 지급되고 있으며, 미지급분은 전력운영비와 방위력개선비 등 부대·방산업체 관련 예산이라고 밝혔다. 이 설명은 최소한의 급여는 보호했지만, 부대 운영과 방산 현장의 계약·납품 일정에는 이미 지장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국방비처럼 집행 시점이 예측 가능한 필수 지출에서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안보 정책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방비 미지급과 한국은행 일시차입 누적 규모 비교

단위: 조 원, 2025년 기준
국방비 미지급
1.3
한은 일시차입 누적
164.5

막대 길이는 두 규모의 상대 비교를 단순화한 것으로, 실제 수치는 정부·군 당국 발표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했다.

숫자만 보면 국방비 미지급 1조3천억 원은 전체 국고·차입 규모에 비해 작아 보인다. 하지만 이 금액은 군 부대와 방산업체의 계약, 장비 유지, 훈련 여건에 직접 연결되는 돈이다. 필수 지출을 뒤로 미루면서 한편으로는 중앙은행 차입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재정 당국이 세입·세출 시차와 예산 우선순위를 함께 관리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신호다.

국방비 미지급과 한국은행 일시차입 확대가 동시에 발생했다는 사실은, 재정 관리 실패가 단순 착오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고착돼 있다는 경고다.

지금 필요한 조치는 해명이나 일회성 사과가 아니다. 첫째, 한국은행 일시차입 규모와 사용 목적을 정기적으로 국회에 보고하고, 국방비 같은 필수 지출의 집행 상황과 연동해 점검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둘째, 전력운영비·방위력개선비 등 핵심 국방 예산은 세입·세출 시차와 관계없이 우선 배정·집행하도록 법령과 시행령을 명시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셋째, 세입 예측 실패와 연말 몰아주기식 집행을 반복하면서 일시차입으로 자금을 메우는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 재정 당국이 일시차입을 세입·세출 불일치 해소 수단이라고 설명해 온 취지를 살리려면, 이 제도를 말 그대로 예외적 안전판으로 되돌려야 한다. 그 출발점은 이번 국방비 미지급의 경위와 책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발 방지 일정과 점검 방식을 국민 앞에 제시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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