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본투표일,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 등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시민들이 대기표를 들고 밤까지 기다려야 했다. 선관위는 14개 투표소에서 벌어진 사태를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 장면은 민주주의의 얼굴에 남은 흉터처럼 남았다. 행정의 허점은 분명히 따져야 한다. 그러나 그 허점에 괴담을 끼워 넣는 일은 더 지저분한 파괴다.
그날 밤 국민의힘은 서울 선거 개표 중단과 재선거를 요구하며 분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그런데 4일 오전 오세훈 후보가 앞서자 재선거라는 말은 급히 사라졌고 국정조사와 특검이라는 말만 남았다. 이쯤 되면 원칙이 아니라 유불리에 따라 말을 바꾸는 민망한 곡예에 가깝다.
서울시장 선거 막판 득표율
오세훈 48.94%
정원오 48.34%
음모를 떠올리는 취미와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몰아붙이는 선동은 같은 말이 될 수 없다. 앞의 것은 술자리 과장으로 끝날 수 있다. 뒤의 것은 제도 전체를 흔드는 일이다. 문제를 고치자는 말이 괴담을 믿자는 말로 바뀌는 순간, 그 분노는 시민 의식이라기보다 허영에 가까워진다.
- 행정 실수는 처벌하고 보완하는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
- 패배의 공포를 선거 부정으로 포장하는 정치인은 책임을 피하려는 장사꾼일 뿐이다.
- 증거 없는 확신을 애국처럼 떠드는 태도는 공동체의 판단력을 갉아먹는다.
선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표를 더 모으면 그만이다. 절차가 잘못됐으면 고쳐야 한다. 책임자가 잘못했으면 물러나게 만들면 된다. 그런데 결과가 싫다는 감정을 부정선거라는 말로 덮는 순간, 그 입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을 잃는다.
부정선거론은 건강한 상상력이 아니다. 게으른 분노가 만든 도피다. 책임을 캐묻는 시민을 의심에 중독된 구경꾼으로 낮추기 때문이다. 이번 소동에서 가장 지독한 장면은 실책 자체보다 그 실책을 핑계로 믿음을 팔아치운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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