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경찰서는 지난해 10월 고발장이 접수된 뒤 전국의 평화의 소녀상을 돌며 ‘철거’라고 적힌 마스크를 씌우거나 검은 천으로 가리는 시위를 벌인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 김병헌 씨 등 4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재물손괴,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학교와 도서관 등지에서 소녀상 철거를 외치고, 위안부 피해자를 성매매 여성으로 모욕하는 문구를 온라인에 게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핵심 쟁점은 이 시위가 단순한 역사 인식 차이가 아니라, 공적 추모 조형물을 의도적으로 가리고 훼손하면서 피해자의 명예를 집단적으로 짓밟는 행위라는 점이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해야 하지만, 인격권과 사자 명예를 침해하는 혐오 표현까지 공적 공간에서 허용할 근거는 없다.
이번 수사는 소녀상을 둘러싼 혐오 시위에 대해 국가가 어떤 최소한의 선을 그을 것인지 시험하는 사건이다.
어떤 방식으로 소녀상을 겨냥했는지
- 김 씨 등은 전국 여러 도시의 평화의 소녀상에 ‘철거’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씌우고, 검은 천으로 얼굴과 몸을 가리는 행동을 반복했다.
- 강원 춘천 여고, 경남 양산 초등학교 인근 등 교육 시설 주변에서 집회를 열어 학생과 시민이 보는 앞에서 피해자 모욕 발언을 이어갔다.
- 소녀상 인근 시위가 제지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위안부 피해자를 비하하는 글을 올려 2차 모욕 논란을 스스로 키웠다.
단체 주장과 현재 법제의 빈틈
-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성매매 여성으로 규정하며 관련 법 폐지와 소녀상 철거를 주장해 왔다.
- 현행 위안부피해자 관련 특별법에는 피해자 명예를 훼손하거나 역사적 사실을 조직적으로 왜곡하는 행위에 대한 직접 처벌 조항이 없다.
- 결국 경찰은 집시법, 재물손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우회적 조항을 적용하는 식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 설치 규모
국내 155곳, 해외 10개국 35곳에 소녀상이 설치돼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훼손·철거 시도가 이어져 별도 보호 대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을 가리고 모욕하는 행동은 역사 논쟁이 아니라 피해자와 유족, 관련 공동체 전체를 향한 조직적 모욕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개별 사건마다 운에 맡기는 수사가 아니라 제도 정비다. 첫째, 공공 추모 조형물에 대한 가림·낙서·조작 행위를 재물손괴와 명예훼손 판단 기준에 명시해, 보호 의무가 어디까지인지를 법률과 지침에 분명히 적어야 한다. 둘째, 아동·청소년 이용시설 인근에서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 집회를 여는 경우 사전 제한 근거를 집시법과 교육 관련 법령에 구체적으로 넣을 필요가 있다.
셋째,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루는 특별법에 피해자와 기림 사업을 향한 조직적 왜곡·모욕 행위를 제재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소녀상은 역사 교육과 인권 감수성을 키우는 공적 교재이기도 하다. 국가는 이 상징이 극우적 혐오 놀음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법과 행정으로 보호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조차 분명한 기준을 세우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소녀상 훼손과 피해자 모욕은 같은 방식으로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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