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7 · 사회 · 해외 원정 범죄 · 심층 리포트

캄보디아 바벳을 거점으로 온라인에서 여성을 가장하며 투자 사기를 벌인 한국인 30대 남성이 베트남에서 검거된 뒤 27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강제 송환됐다. 같은 날 국내외 영화·드라마·웹소설을 1만5천여 차례 불법 유통한 40대 총책도 함께 압송되면서, 동남아에 숨은 디지털 범죄 조직 실태가 다시 드러났다.

경찰청문화체육관광부인터폴과 베트남 공안과 공조해 이들을 송환했다. 수사 결과 로맨스스캠 조직은 65명의 공범과 함께 192명의 피해자에게서 약 46억 원을 빼앗은 것으로 확인됐다.

SNS에서 여성으로 위장해 친밀감을 쌓은 뒤 해외 상품 투자와 가상자산 거래를 권유하는 전형적 수법이었다. 조직은 캄보디아 단속이 강화되자 베트남으로 이동해 계속 범행을 시도했지만, 국제 공조 수사로 검거됐다.

사건 한눈에 보기

  • 거점: 캄보디아 바벳, 베트남 도피
  • 피해자: 192명
  • 피해액: 약 46억 원
  • 조직원: 최소 65명
  • 송환: 2025-11-27 인천국제공항

디지털 범죄 콤보

  • 로맨스스캠·투자 사기
  • 웹하드 불법 저작물 1만5천여 건
  • 동남아 다국적 범죄단지 활용
  • 인터폴 I-SOP 국제 공조 사례

끊이지 않는 전화금융·로맨스 사기, 통계는 경고 신호

이번 사건은 한 번의 대형 검거에 그치지 않는다. 전화·메신저·SNS를 가리지 않는 전기통신 기반 금융 사기는 형식만 바꾸며 계속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는 줄지 않고, 범죄 조직은 국경을 옮겨가며 구조를 재편한다.

숫자로 보는 보이스피싱

  •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액 1,965억 원, 전년보다 35.4% 증가.
  • 피해자 수는 줄었지만 1천만 원 이상 고액 피해 비중 확대.
  • 20대 이하·30대 피해액이 크게 늘어 청년층도 주요 표적이 됨.
  • 2024년 1~9월 기관사칭형 중 1억 원 이상 피해 사건 763건, 전년 동기 대비 172% 증가.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965억 원으로 전년보다 35.4%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요약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112) 개소로 지급정지·환급 절차는 빨라졌다. 그러나 건당 피해액과 고령층·청년층의 고액 피해는 계속 늘고 있어, 범죄 수익 구조를 뿌리째 흔드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법은 강화됐다는데… 왜 ‘위험한 장사’는 계속되나

2011년 제정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은 2024년 8월 28일 일부 개정·시행되며 피해금 환급 절차와 처벌 규정을 손질했다. 이 법은 전기통신금융사기를 저지른 사람에게 1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범죄수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해, 명목상으로는 형법상 사기죄보다 강한 처벌을 허용한다.

“전기통신금융사기를 행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범죄수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

–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5조의2 요지

실제로 수백 명에게 100억 원대 피해를 입힌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에게 징역 30년이 넘는 중형이 선고되는 등 최고 수준 양형 사례도 나타났다. 동시에 중간 조직원·현금 수거책에게는 징역 1~2년대 실형과 집행유예 판결이 혼재해, 피해자 입장에서는 “형이 가볍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24년 사기 범죄 양형 기준을 손질하며 전세사기·보이스피싱 등 조직적 사기에 대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방향을 논의했다. 그러나 현행 법·양형 기준은 개별 사건의 역할과 가담 정도에 따라 큰 편차를 허용하고 있어, 범죄 조직 전체에 ‘이 장사는 더 이상 남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반복된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제도 한계

  • 강한 법조문에 비해, 실제 양형에서 하급 조직원·전달책에게 집행유예가 빈번하다는 점.
  • 피해 회복은 주로 계좌 동결·환급에 의존해, 이미 빠져나간 해외 자금·가상자산 회수가 어렵다는 점.
  • 해외 범죄단지에 대한 상시 공조·국제 송환 체계가 사건별 대응 수준에 머문다는 점.

정부·정치권 입법은 ‘피해 회복’에, 현장 요구는 ‘범죄 수익 차단’에

2025년 10월에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이 국회에 발의돼, 보이스피싱으로 피해자가 스스로 발행한 수표에 대해서도 제권판결을 허용해 환급 길을 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입법 방향이 피해 회복 확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반면 수사 현장과 피해 지원 단체는 “피해금 환급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조직이 볼 때 ‘걸려도 남는다’는 계산이 서지 않도록, 범죄수익 전액 몰수·추징과 재산 은닉까지 겨냥한 수사 권한, 해외 자산 동결을 위한 상시 공조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기관사칭형 같은 전형적 수법은 시나리오와 키워드만 알고 있어도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 설명

형량 강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형사정책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청년층을 겨냥한 금융·디지털 교육, 해외 범죄단지를 겨냥한 출입국 관리, 플랫폼·금융회사의 이상 거래 탐지 의무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해외에서 대규모 범죄 수익을 올린 조직이 계속 나타나는 현실은, 정부와 정치권이 전기통신 사기를 최우선 의제로 두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을 키운다.

해외 원정 로맨스스캠, 무엇을 바꿔야 하나

  • ① 해외 범죄단지 상시 공조 체계
    동남아 주요 거점국과 상설 공조 채널을 구축해, 조직 총책·재정책을 신속히 추적·송환하는 구조를 연중 가동해야 한다.
  • ② 범죄수익 환수 중심의 법·양형 개편
    특경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정비해 범죄수익 전액 몰수·추징을 기본값으로 삼고, 재산 은닉·차명 계좌까지 포괄하는 규정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 ③ 플랫폼·금융권의 공동 책임
    SNS·메신저·거래 플랫폼 사업자와 금융회사가 로맨스스캠 전형 패턴을 공유하고, 이상 거래·의심 계정을 자동 차단하는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 ④ 맞춤형 예방 캠페인
    20·30대 온라인 투자자와 60대 이상 고령층을 겨냥한 맞춤형 예방 교육과 시나리오 공개를 통해, “연애·투자를 핑계로 계좌나 인증을 요구하면 의심부터 하라”는 기준을 사회적 상식으로 만드는 작업이 요구된다.

캄보디아 거점 로맨스스캠 조직원이 인터폴 공조로 송환된 오늘, 수사기관은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해외에서 같은 방식의 조직이 다시 자리를 잡지 않게 하려면, 국경을 넘는 범죄 수익 자체가 남지 않도록 법·양형·예방 정책 전반을 근본적으로 손보는 작업이 더 이상 늦춰지기 어렵다.

#범죄 #보이스피싱 #법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