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마지막 날인 31일 아침에도 수도권 기온이 영하 5도 아래로 떨어진다. 한파는 해마다 반복되지만 취약계층을 지키는 제도는 여전히 위험 수준에 맞춰 정비되지 않았다.

핵심

기상특보는 영하 12~15도 같은 극단적인 기온에 맞춰 움직이지만, 한파로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은 그보다 덜 추운 날에도 이미 쓰러지고 있다.

민원과 통계는 에너지바우처와 한파쉼터 중심의 현행 대책만으로는 반복되는 겨울 위험을 충분히 줄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한파주의보는 10월부터 4월 사이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도 이상 떨어져 3도 이하이면서 평년값보다 3도 낮을 때, 또는 영하 12도 이하가 이틀 이상 이어질 때 발효된다. 영하 15도 이하가 이틀 이상 지속되거나 15도 이상 급강하가 예상되면 한파경보가 내려진다. 이는 기상청 기상특보 발표 기준에 명시된 공식 규정이다.

문제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영하 한 자릿수 추위에서도, 오래된 주택과 단열이 취약한 집, 난방 연료 단가가 높은 가구에서는 실내 체감 온도가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점이다. 온도계 숫자와 평년값에 맞춘 특보 체계만으로는 실제 생활 조건을 반영한 위험 관리가 되지 않는다.

최근 세 겨울 한랭질환 통계가 말하는 것

절기(겨울) 한랭질환자(명) 사망자(명)
2022-2023 447 12
2023-2024 400 12
2024-2025 334 8

단위: 명, 기간: 각 절기 12월 1일~다음 해 2월 말. 출처: 질병관리청 2023-2024절기 한랭질환 응급실감시체계 결과, 2024-2025절기 한랭질환 보도자료

세 절기를 비교하면 환자와 사망자 수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매 겨울 300명 이상이 저체온증과 동상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고, 한 자릿수의 사망이 반복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질병관리청 분석에 따르면 2023-2024절기 환자의 절반 이상은 65세 이상 노년층이었고, 사망자의 75%도 65세 이상이었다.

2024년 12월 1일부터 2025년 2월 2일까지의 중간 집계에서는 233명의 한랭질환자가 신고됐는데, 이 가운데 84.5%가 저체온증, 71.7%가 실외에서 발생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파가 강하게 몰아친 올해 12월 1일부터 28일까지는 이미 100명의 한랭질환자와 3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다는 뉴스도 있었다.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피해가 특정 시간대와 장소, 특정 계층에 집중되는 구조는 그대로다.

건강과 노동에서 먼저 드러나는 한파의 위험

한랭질환 감시 결과는 새벽 6~9시 야외 활동, 무직과 비정형 노동, 노년층에서 환자가 집중된다는 점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기온이 특보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새벽 배송·경비·환경미화 같은 야외 노동과 노숙, 쪽방촌 생활에서는 이미 몸이 한계에 다가간다는 뜻이다.

한파를 일시적인 기상 현상이 아니라 노동·복지 정책이 함께 대응해야 하는 상시 재난으로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난방비 지원은 늘었지만 체감 격차는 계속된다

에너지바우처 제도는 기초생활급여 수급자 등 취약계층에게 전기·도시가스·연탄·등유 비용을 지원한다. 서울시는 이번 겨울 21만 8426가구에 바우처를 지급하고, 1인 가구 29만5200원에서 4인 이상 가구 70만1300원까지 차등 지원하며 한파쉼터 1457곳과 긴급복지, 난방물품 지원 사업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 분석에서 최근 3년간 취약계층 한파 대비 민원 2221건 중 다수가 “난방비 지원 확대”와 “지원 사각지대 해소”를 요구한 사실은, 제도가 있는 것만으로는 체감 온도를 바꾸기에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 한파 특보 기준은 영하 12~15도와 같은 극단적인 수치를 사용하지만, 통계상 한랭질환은 그보다 훨씬 덜 추운 날에도 발생한다.
  • 난방비 지원은 소득과 가구원 기준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연료 종류, 계약 방식, 지역 요금 차이 같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 고령자·무직·노숙인 등 취약계층이 한랭질환의 다수를 차지함에도, 정보 접근성과 이동 능력이 부족해 쉼터·복지 서비스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상청 영향예보는 이미 폭염·한파에 대해 위험 수준을 관심·주의·경고·위험 네 단계로 나누고, 분야별 대응 요령을 제시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현상 중심 예보만으로는 기상 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하지만 많은 지자체 한파 대책은 여전히 특보 발효 여부와 예산 집행 일정에 맞춰 시작과 종료가 결정된다. 영향예보의 위험 단계와 연동해 쉼터, 에너지 지원, 야외 노동 안전 조치가 자동으로 강화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온도 중심’이 아니라 ‘위험 중심’ 한파 정책이다

첫째, 보건·노동 관점에서 한파 영향예보의 경고·위험 단계가 예보되면 야외 고강도 노동에 대해 작업시간 조정과 임시 중단을 의무화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현행 권고 수준으로는 새벽 야외 노동자와 건설 현장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둘째, 에너지바우처와 지자체 난방비 지원은 연료 종류와 계약 구조, 실제 난방비 수준을 반영하도록 재설계해야 한다. 도시가스 기준에 맞춘 지원만으로는 LPG·개별 보일러·노후 주택 거주자를 보호할 수 없다.

셋째, 독거노인·장애인·노숙인처럼 이동이 어려운 계층에는 쉼터를 찾으라는 안내보다 방문형 보건·복지 서비스와 계량기·보일러 안전점검이 우선이어야 한다. 예산 한계가 있더라도 한파의 피해가 집중되는 집단부터 순서를 재조정해야 한다.

2025년의 마지막 아침 한파는 이번 겨울이 얼마나 추운지 알려주는 동시에, 다음 겨울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묻는 지표이기도 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기온과 예산 중심의 관리에서 벗어나 한파가 반복될 때마다 누가 먼저 쓰러지는지에 맞춰 제도를 다시 설계할 때, 영하 5도가 건강과 생계를 위협하는 숫자에서 생활 가능한 숫자로 바뀔 수 있다.

#한파 #에너지바우처 #취약계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