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약 6개월 만에 연 3%대에 다시 올라서면서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8조원이 넘는 자금이 정기예금으로 이동했다. 시장금리 상승과 요구불예금 이탈이 맞물리자, 은행들은 수신 확보 경쟁에 나서며 특판성 상품과 우대금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여유 자금 있는 집만 ‘이자 잔치’…자산 양극화 신호등
고금리 예금에 수천만 원씩 넣을 수 있는 가구는 늘어난 이자를 추가 자산으로 쌓을 수 있다. 반대로 카드값과 월세를 치르기에도 빠듯한 가구는 예·적금에 넣을 돈이 없어, 금리 상승 자체가 삶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구조가 반복된다. 금융권 수신 경쟁이 전체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자산을 이미 보유한 계층의 계좌를 더 두껍게 만드는 장치로 기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금리 인상이 예·적금 만기가 집중된 시기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선택이다. 동시에 예금 기반이 두꺼워질수록 대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이자 이익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여유 자금이 많은 가계와 법인이 더 높은 금리와 각종 우대조건을 활용하는 동안, 저소득층은 사실상 ‘구경만 하는 금융시장’에 머무른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 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일정 소득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한 우대금리 적금·비과세 상품을 늘리고, 자동이체 등 간단한 조건만으로도 참여할 수 있는 상품을 확대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 금융감독원에는 예금 특판 광고에 실제 적용 조건과 우대금리 대상을 더 명확하게 표시해, 정보 격차로 인한 혜택 차이를 줄이자는 제안이 제기된다.
- 지방자치단체와 서민금융 기관은 소액 저축에도 금리 우대를 제공하는 지역 연계 상품을 도입해, 예금시장 변화가 저소득층 자산 형성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예금금리 인상이 모든 예금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반론도 내놓는다. 누구나 조건만 맞으면 고금리 상품을 이용할 수 있고, 위험 자산 비중을 낮추려는 이들에게는 안전한 선택지를 주는 효과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목돈을 예치할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사이 격차가 그대로 반영되는 만큼, 금리 경쟁과 함께 취약계층을 겨냥한 포용적 금융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예금금리 3% 시대의 재등장은 단순한 금리 수준의 변화를 넘어, 한국 금융시장이 자산 많은 사람에게는 새로운 재테크 기회를, 생활비에 쫓기는 사람에게는 체감되지 않는 숫자를 보여주는 구조인지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예금에 몰린 8조원 이상의 자금이 누구의 통장에서 나왔는지, 그리고 누구의 삶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답에 따라 향후 정책 방향도 갈릴 전망이다.
한 줄 요약: 예금금리 3%대 회복으로 8조원 넘는 자금이 움직였지만, 실제 이익은 여유 자금을 가진 계층에 집중돼 금융 양극화 완화를 위한 정책 보완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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