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은 60대가 밤마다 둔기로 바닥을 내리치고 고성을 지른 끝에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웃을 향한 보복 행위에 분명한 경고를 던졌지만, 소음이 발생하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논의는 여전히 뒷전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야간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소음을 발생시켜 아래층 거주자의 수면과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한 점을 문제 삼았다.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과 장기간 갈등을 고려해 1심보다 형량을 높였다는 점에서, 이웃 간 보복 폭력을 더 이상 사소한 다툼으로 보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드러난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이 갈등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음이 발생한 구조, 소리를 키우는 건축 방식, 이를 방지해야 할 제도와 책임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층간소음 민원은 해마다 줄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민원을 접수받는 기관들은 상담과 현장 중재, 소음 측정까지 지원하지만, 갈등이 깊어지면 결국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소송으로 번진다. 그 과정에서 실제 처벌 대상은 대부분 ‘윗집’과 ‘아랫집’ 개인이고, 건물을 설계·시공한 주체는 책임의 바깥에 서는 경우가 많다.

층간소음을 단순한 예절 문제가 아니라 건축 구조의 문제로 보는 시각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바닥 두께와 차음재 성능, 공사 품질 관리가 일정 기준에 못 미치면, 같은 생활 소음도 아래층에는 견디기 어려운 충격으로 전달된다. 그럼에도 제도는 여전히 주민 간 다툼을 조정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쓰고, 건설사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묻는 장치는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행 제도는 신규 공동주택에 일정 수준의 바닥충격음 기준을 요구하고,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성능 검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입주 후 실제 생활 환경에서 발생하는 소음 수준을 전 세대에 걸쳐 확인하는 구조는 아니다. 기준에 미달하는 단지가 발견되더라도, 건설사가 직접 재시공과 보상을 책임지는 장치가 충분히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런 배경에서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설사 의무와 책임을 명확히 규정한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핵심은 소음이 허용 기준을 넘는 주거 공간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도록 ‘입구’를 걸러내고, 기준에 미달한 경우 건설사가 의무적으로 보완 공사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입주자 예절 지침만으로는 갈등의 뿌리를 건드리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 신축 공동주택에 대한 바닥충격음 전수조사와 현장 실측 의무화
  • 기준을 넘는 소음이 확인될 경우 재시공·보완 공사에 대한 건설사 법적 책임 명시
  • 분양·임대 단계에서 층간소음 성능 등급을 표시해 소비자 선택권 보장
  • 노후 공동주택에 대한 공공 지원과 건설사·입주자 공동 부담 구조 설계

시민사회는 국회와 정부가 층간소음을 사회적 재난에 가까운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복되는 흉악 사건과 극단적 갈등은 개인의 인내심 부족 때문이 아니라, 소음을 견딜 수 없는 구조를 방치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그만큼 입법과 정책이 “이웃 간 분쟁 조정” 단계를 넘어, 시공 책임과 시장 규칙을 흔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진다.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건설업계는 차음 성능을 크게 강화하면 공사 비용과 분양가가 상승하고, 구조 변경으로 인해 설계와 시공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과도한 규제가 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강한 의무 조항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이번 보복 소음 사건에서 항소심 형량은 높아졌다. 그러나 형벌이 강해지는 속도에 비해, 건설사의 층간소음 방지 의무를 명시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이를 뒷받침하는 입법을 마련하는 속도는 느리다. 이웃을 범죄자와 피해자로 갈라놓는 판결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생활 소음이 시작되는 지점을 겨냥한 법과 제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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