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희귀질환 환우와 가족을 만나 사람의 생명은 귀하니 소수라는 이유로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말의 방향은 분명히 약자 보호를 가리키지만, 정책과 예산이 그 약속을 따라가는지 여부는 아직 숫자와 제도로 확인되지 않는다.

희귀질환을 극도로 소수의 문제로만 제한하면, 실제로 매년 수만 명이 새로 진단을 받는 현실과 국가 책임의 범위가 다시 어긋난다.

이날 간담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열렸고, 대통령은 희귀질환 치료 보장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기존 인식을 한 걸음 넘었다. 새 정부가 치료·진단·복지 지원 개선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고, 환자와 가족의 의견을 듣고 정책을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사실은 여러 언론 보도로 확인된다. 노컷뉴스뉴스1·경향신문 계열 보도는 대통령 발언과 간담회 구성을 일치된 내용으로 전했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서 대통령은 환자 수가 극도로 소수라 정부가 모든 비용을 책임지면 과도한 지원이라는 반론이 나온다고도 말했다. 희귀질환 예산의 경제적 필요성이 적다는 지적이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인식은 생명 가치와 재정 효율 사이의 긴장을 솔직히 드러냈지만, 정책의 기준을 어디에 둘지에 대한 정부 선택을 동시에 노출한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희귀질환자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희귀질환 신규 발생자는 6만2420명이다.

2022년 신규 발생자 5만4952명에서 1년 만에 12%가량 늘었다는 분석도 공개됐다. 소수라는 표현은 맞지만, 이 규모를 개인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이미 공공의료 시스템 안에서 의미 있는 집단이라는 점이 수치로 드러난다.

연도별 희귀질환 신규 발생자 수(대표 수치)

연도 신규 발생자 수(명) 막대
2022년 54,952
2023년 62,420

출처: 질병관리청 희귀질환자 통계 연보, 2022·2023년 발생통계

희귀질환 산정특례가 적용되면 현재 본인부담률은 10%로 낮아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산정특례 자료는 이 10% 기준이 2009년 이후 유지돼 왔다고 설명한다. 고가 항암제와 장기 입원이 필수인 환자에게 진료비의 10%는 여전히 연 수백만 원대 부담으로 이어지고, 비급여 항목과 간병·돌봄 비용은 별도라는 점에서 현실 비용은 더 크다.

환자·가족이 지적해 온 구조적 부담

  • 장기간 치료·입원으로 인한 소득 상실
  • 비급여 검사와 신약 비용의 반복적 지출
  • 소득·재산 기준 때문에 지원에서 탈락하는 사례
  • 돌봄·교육·노동 지원의 지역 간 격차

정부가 이미 내놓은 변화의 조짐

  • 2024년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 66개 추가 지정
  • 희귀질환 의료비지원 소득·재산 기준 조정
  • 2025년 보건복지부 예산에서 약자복지와 의료 개혁 예산 확대

질병관리청은 2024년 66개 희귀질환을 국가관리대상으로 추가 지정하고 산정특례 적용 대상을 넓혔다. 2025년 희귀질환자 의료비지원사업의 소득·재산 기준도 조정돼 일부 가구는 지원 문턱이 낮아진다. 보건복지부 2025년 예산안은 약자복지 강화를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희귀질환 정책은 여전히 개별 제도 보완 수준에 머물고, 대통령이 강조한 생명 존중 원칙과 제도의 설계 철학이 하나의 로드맵으로 정리돼 있지 않다. 국정과제와 예산, 산정특례, 의료비 지원, 돌봄·고용 정책이 따로 움직이면 당사자에게 남는 것은 행사장의 위로와 복잡한 서류뿐이다. 대통령 발언이 정치 일정에 맞춘 상징 이벤트로 소비되지 않으려면,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요구를 중장기 재정 계획과 법·제도 개선 일정에 명시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희귀질환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예산 효율성 논쟁만 반복하면, 정부 스스로 희귀질환을 공공의료 체계에서 주변부로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반론도 성립한다.

재정 여력이 한정돼 있다는 현실은 분명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선순위와 지원 방식에 대한 공개적인 기준이 더 필요하다.

앞으로 필요한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첫째, 산정특례 본인부담률과 비급여 부담을 포함한 총비용 상한을 설정해, 일정 수준 이상은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소득·재산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하거나 폐지해, 질병 때문에 소득이 급격히 줄어든 가구가 지원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중앙정부·지자체·민간기금이 함께 참여하는 희귀질환 전담 재원을 만들어 연구·돌봄·지역 서비스에 안정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정책을 추가·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약속이 어느 시점까지 어떤 제도 변경과 예산 배분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공개적인 계획이다. 희귀질환 환우와 가족에게 성탄절의 위로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통계 속 부담 감소로 측정되도록 만드는 일이 이번 발언의 진정성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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