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은 11월 12~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리아센터에서 ‘K-콘텐츠 원작 미국 진출 쇼케이스’를 열고 8개 국내 기업과 미국 창작자·업계 관계자 6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84건의 공동 개발·각색 상담을 진행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아메리칸 필름 마켓 기간에 맞춰 한국이 보유한 원작 지식재산(IP)을 미국 드라마·시리즈로 확장하기 위한 창구로 기획됐다.

K-콘텐츠는 이미 거대 수출 산업이다. 2024 콘텐츠산업백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은 151억 달러를 기록해 매출 162조 3천억 원과 함께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K-콘텐츠 해외진출 현황조사콘텐츠산업조사에서도 최근 5년간 매출·수출 동반 성장이 반복된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LA 비즈니스센터는 “현재 미국 현장에서 확인되는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일시적 흐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구조적 변화”라고 설명하며 장기 수요에 대응한 IP 발굴·개발을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해외 시장 확장이 곧바로 작품 완성도를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인기 시리즈는 탄탄한 1시즌 성공 후, 후속 시즌에서 평범한 직업인 인물이 갑작스러운 무장 투사가 되거나, 성실한 군인이 보안 규범을 깨는 문제 인물로 변하는 등 캐릭터가 급격히 뒤틀리는 사례를 보였다. 청소년 주인공 사이에 돌연 삼각관계를 끼워 넣고, 동료 연구자들이 예고 없이 연인으로 엮이는 서사는 공감대를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에는 개연성 설명이 부족한 ‘능력 가진 아이들 집단 활약’ 장면으로 마무리하거나, 후속 시즌에서 주요 인물을 도망자 신세로 돌려 진실 추적 구조를 반복하는 전개가 사용되면서, 액션·시각효과의 규모에 비해 서사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함께 제시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서사 운영이 글로벌 IP 가치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인물의 동기와 세계관이 누적되어야 하는데, 캐릭터 성격을 뒤바꾸고 사랑 이야기나 초월적 능력을 반복 배치하는 방식이 계속되면, 미국 바이어가 원하는 장기 시리즈 제작 계약보다는 단발성 각색에 머물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쇼케이스에서 논의된 공동 개발 프로젝트가 실제 편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흥행 공식을 반복하는 제작 관행보다 장기 서사 설계와 인물 심리의 연속성을 우선하는 개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안한다.
  • 해외 OTT·방송사와 사전 단계부터 참여하는 장기 시즌제 작가실 운영 지원
  • 주요 IP에 대한 캐릭터·세계관 성경(Bible) 의무화와 개연성 검토 절차 강화
  • 국제 공동제작에서 시청자 패널·데이터 기반 피드백을 활용한 시즌 구조 재점검

이번 LA 쇼케이스는 K-콘텐츠가 미국 시장에서 어떤 장기 성과를 거둘지 시험하는 출발점에 가깝다. 수출 규모는 이미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시리즈 구조와 인물 설계까지 감안한 ‘내구성 있는 IP’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결과를 알 수 없으며 추이를 지켜볼 만하다. 지원 기관과 제작사가 협력해 후속 시즌으로 갈수록 설득력이 강해지는 작품을 늘려야, K-콘텐츠의 성장 곡선이 수출액뿐 아니라 작품 수명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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